전도서 3:1~15절.
예전에 성경을 마음먹고 통독할 때 읽으며 밑줄 이곳저곳 쳐놨던 전도서. 한참 세상에 희망이 없다고 이야기하던 때라 밑줄 그은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그 이후로 딱히 전도서를 개인적으로 묵상한 적은 없었다. 성경공부를 인도하던 도중 본문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또 참고 구절로 나오기 때문에 한번씩 보면서 '해아래 새 것이 없나니 헛되고 헛되고 헛되며 헛되다'뭐 이런 대표구절 정도와 주제쯤만 외워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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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말미에 사도행전이 끝나고 전도서 묵상이 시작되었다. 개관부터 꼼꼼히 다시 보는데, 아무래도 저자는 정신병자가 아닐까 의심이 된다. 솔로몬이 말년에 지은 것이라면, 아마 그가 좀 정신질환을 겪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정표출도 너무 적나라하고, 말도 앞뒤가 안맞는 것 같다. 앞에서 이랬다가 나중엔 저랬다가. 혼란스럽다. 개관에서도 그래서 이 책은 성경 중 이해하기가 손에 꼽도록 어려운 책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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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을 묵상하는 내내 이 마음이 더 심하게 들었다 온갖 논리적 얼개를 사용해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꿰어 마춰보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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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도저히 모르겠다. 다 이해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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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1절이 눈에 들어왔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 만드셨더라. 그러나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마음을 주셨지만, 하느님께서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여 어떻게 일을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공동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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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일반을 생각할 때 청부·청빈론이니 고지·미답지론이니 행위·믿음이니 하는 것들이 저마다 엮여 혼재되어 보이듯.. 그렇게구나. 몰라야 사람이구나. 사람의 얼개가 다 담아낼 수 없지만, 세상을 만드시고 그 속에 크고 작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인식한데서 오는 괴리감. '이해할 수 없음'과 '다 알 수 없음.' 흡사.. 모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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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본문 말씀이 진짜 하나님의 말씀이라면, 오늘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도 '어떠한 때'임엔 분명할 것이다. 무슨 때인진 모르겠다. 그러나 가장 정교하시고 유일하게 완전하신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하루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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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모름을 불안과 염려로만 물들이지 않겠습니다. 지금껏 역사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또 영원토록 역사하실줄(15절)을 믿습니다. 영원을 말씀하시며 몸소 보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