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윤아. 이번 주일은 너와 함께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드리는 첫 예배시간이었다. 너를 안고 차에서 내려 교회 본당에 들어서기 전까지, 들뜨지 않으려 애쓰는 나의 노력은 모조리 수포로 돌아갔지. 네 어머니는 제발 아이를 안고 그렇게 붕뜨지 마라고 말하더구나. ㅎㅎ
예배시간에 너는 네 어머니와 함께 자모실에 올라갔고 나 혼자 예배를 드리면서, 자꾸만 강대상 위에서 목사님의 안수를 받을 네 모습이 생각이 나더라. 그래서 더더욱 주보에 필기 열심히 하면서 말씀을 들었지.
그리고 광고의 마지막, 태어나 처음으로 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너를 위해 목사님을 비롯 전 성도가 기도해주시는 가운데 아빤 굉장히 많은 생각이 교차했단다.
너에게 복을 빌어 줄 수 있다. 똑똑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달라는 것은 당연 아빠로서 기도해야 할 도리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 앞에서 네 인생이 어떻게 빚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정직한 답이어야 하더구나. 아빠의 삶이 그리 길진 않았지만, 그 삶들을 둘러보며 깨닫게 되는 가장 명쾌하고 단순한 진리는 바로 하나님은 빛을 두르시고 높은 곳에서 손을 펴시는 분이시면서도 절망 가장 밑바닥과 뿌리 깊이 박힌 애통 속에 계시단 점이었다.
잘되기를 빌어주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정작 누구보다도 너의 앞날에 밝은 빛 있으라 말해야 할 내 입과 내 마음 속에서 수많은 고난의 이름과 어두운 이름들이 떠오르다니, 너도 참 별나고 못된 아빠를 두었다.
그러나 정말로 네가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것은, 상처를 받지 않은 사람은 결코 상처받은 사람을 감싸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연약함을 으레 겸손의 표식으로 허울좋게 입 밖에 걸어놓는 사람들과는 다른, 너 자신의 존재 그 자체가 절망스러워 소리소리 지르면서 하나님한테 욕하며 스스로를 저주할 수 밖에 없는 그 울부짖음을 네가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가 함부로 입에 담았던, 별 것 아니리라 생각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들이 반드시 너에게 다시 돌아와 그 무게를 절감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푹 패인 상처들이 나 자신을 갉아먹기 위한 하나님의 짖궂고도 교묘한 놀음질이 아니라, 다른 상처받은 이들을 감싸안아 줄 일종의 구유가 된다는 점이다.
소위 '하나님을 믿음으로 말미암아 잘 된 사람들'을 네가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높은 자리에 올라 부와 명성을 누린단다. '그토록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저리 깨끗할 수 있는가?'하는 경탄을 파고 드는 모종의 부러움과 시샘을 조심하거라. 그리고 가장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사실은, 네 인생에서 하나님이 허락하신 것은 세상의 부와 명예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히브리서 11장에는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양극단을 보여주고 있단다. 어떤 이들은 부와 명예를 가지게 되지만, 어떤 이들은 아무 열매도 없이 소위 개죽음을 당하게 된단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두 부류 모두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살아간 사람들이지. 아들아, 아주 만약에, 혹시라도 너에게 하나님께서 후자의 인생길을 보여주시며 '그래도 나를 따르겠느냐?'라고 한다면 너는 무엇이라고 대답하겠니? 정말 진지하고 깊이있게 고민하고 몸부림치면서 천천히 답을 살아가길 바란다.
세상은 돈을 많이 가져야,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 훌륭한(이때의 '훌륭한'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의미와는 거리가 먼 것 같구나) 배우자를 만나야, 남에게 보일만한 스펙과 특별한 장점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다만, 그 좋은 것이 '항상 너에게 알맞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님을 명심하거라.
하나님은 너를 향한 놀라운 계획을 가지고 계시며, 그 계획 기저에는 세상이 줄 수 없고 알 수도 없는(애석하게도 나와 네 어머니조차 줄 수 없는!)그 사랑임을 반드시 신뢰하거라. 하나님께서는 네가 보기에 좋은 것을 허락하시는 게 아니라, 당신 보시기에 좋은 것을 우리에게 허락하시는 분이란다. 네가 이 절망스러운 명제 속에서 반드시 희망의 끈을 발견하고 잡을 수 있길 바란다. 사랑한다 아들아.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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