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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다/2011

공개하기에 앞서

SNS를 두차례 걸쳐 끊어낸 적이 있었다. 나의 순간이 그 시절 항상 그런 것처럼 오인받기도 쉬웠고, 그래서 삶보다 말이 앞서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때론 비주류라는 이름의 주류가 되고 싶은 내 욕망을 확인하기도 했고, 내 진심의 깊이를 타인의 반응에 매다는 어리석음도 범하는 나 자신이 미웠기 때문이다.

지우기 전 조금 의미 있는 흔적들을 갈무리 한 파일을 몇 년간 분실했다가 우연히 복원하게 되었다. 지금 보면 부끄러운 흔적들이 대다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 공개하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끊임없이 축적된 결과다. 현재의 내 생각과 말과 행동은 불현듯 찾아온 것이 아니며, 부끄러운 흔적이든 아니든 과거의 내 삶과 말과 글이 이어지는 가운데 만들어진 것이다. 나에 대한 온전한 긍정을 위해 다소 부끄러운 생각들도 옮겨 놓는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의 글은 이미 갈무리 단계에서 걸러졌을 것이다.

2. 한 해 전의 나와 2년 전의 나와 3년 전의 나를 서로 세워놓으면 아마 신나게 싸울 것이다. 그 말은, 내가 어느 방향으로든 성장을 하고 있다는 셈이다. 그리고 20대 초중반은 가장 격동적인 자의식(그리고 신앙관)변화가 있었던 시기이다. 근본주의, 은사주의, 자유주의, 허무주의, 생명주의, 지성주의…. 나 역시 거쳐왔음을 알고, 지금 내가 보기에 우습고 어리석은 모습들이 내게 있었고 있으며 있을 수 있음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아픈 거울로 삼기 위해서다.

글에 일부 덧글들은 이름을 가린 채 공개할 것이다. 글을 완성하는데, 글의 의미를 더하는데 영향을 끼친 것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글만으로 의미가 다 전달되지 않는다면 때론 덧글에 주해방식으로 설명을 덧댈 수도 있다. 혹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더 나중에 정황을 기억하지 못 할 나를 위해서. 또한 당시의 나에 대한 지금의 내 견해를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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