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SNS를 탈퇴해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사순절에 즈음하여 SNS는 미디어금식을 하겠다는 메시지로 뜨겁게 달궈진다. 오히려 금식하기 전 보다 더욱 많은 글이 그 시기에 올라온다. 마음은 알겠는데 그 금식하겠다는 메시지에는 수상한 저의도 담겨있어보이는 건 순전히 내 삐뚤어짐 때문일까?
금식을 할 때 얼굴에 기름을 바르고 머리를 단장하라고 했고, 골방에 들어가 몰래 하라고 했던 말씀은 제자훈련 숙제로 곧잘 외우면서 말이다. 성서는 명제적 지식이 아니라 기술적 지식에 해당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종교적 성취를 통한 안도감을 누리기 위해 수많은 명제적 지식을 공부한다. 그건 영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발 되지도 않는 관습적인 금식 말고 진짜 마음을 찢는 금식을 했으면 좋겠다. 학교에선 비정규직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 가리고 사영리를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는지 세미나나 여는 선교단체도, 재개발의 권력담론 속에서 속절없이 희생되는 이웃의 고민은 손놓고 있는 교회도 모두 자기 배만 불리려는 속셈인 듯 하다. 진정한 금식이란, 단순히 내가 무언가를 참는 게 아니라, 내가 누릴 것들을 나 아닌 누군가가 필요한 지 살펴보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미디어 금식같은 일회성 이벤트는 바리새인의 그것과 하등 다를 게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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