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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내다/아름다운교회

마지막 예배를 드린 후

칠년동안 다닌 교회건물에서 마지막 예배를 드렸다. 내 영이 나고자란 소중한 영적고향이 자리를 옮겨간다. 만감이 교차한다.

이곳에서 흘린 눈물이 바닥 곳곳에 베어있고 이곳에서 부르짖은 통곡이 곳곳에 새겨져있다. 여기서 고백한 기쁜 이야기도 곳곳에 스며있다.

슬프고 답답할 때 밤낮가리지않고 달려와 내 마음을 토로하였던 곳이고, 밤느즈막하게 와서는 미송펼쳐놓고 건반으로 음짚어가며 한 곡 한 곡 배워가고 부르며 은혜를 누렸던 곳이었다.

언제고 마음편히 머물며 또다른 나의 집이되어주었던 이 건물이 이제는 휑하니 속이 비고 또 다른이름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오늘 드린 마지막예배를 끝으로... 나는 더이상 이 곳에서 나의 삶을 풀어갈 수 없게되었다.


한편 옮겨질 예배당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에 약 3주간 거처없는 주일을 보낼 것이다. 가정교회, 초대교회같은 셀원형의 모습으로 각자 모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어찌어찌 소식이 들어가서 주일마다 공간을 내어주겠다는 타교회 집사님의 배려로 해결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좀 아까운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싶지만, 이런 상황을 통해서도 그 분의 말씀과 뜻은 분명 흐르고 드러나겠지.

이 약 3주간의 시간은 흡사 출애굽한 이스라엘백성들의 광야생활같단 생각이 든다. 무척이나 중요한 시기라는 직감에 그냥있을 수 없다.

건물이 새로워진다고 교회가 새로워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교회는 나와 너, 우리의 모임이기 때문이다. 새 부대자루에 담길 것은 새술이기 때문이고, 그 새 술이야말로 부대자루보다 더 본질적인 새 것이기 때문이다. 깨끗하게 비워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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