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소설 야곱 – 2화 속여 넘긴 자 이삭이 야곱에게 축복하기를 마치매, 야곱이 그의 아버지 이삭 앞에서 나가자 곧 그의 형 에서가 사냥하여 돌아온지라. - 창27:30 소설 야곱 – 2화 속여 넘긴 자 에서가 이방 여인과 결혼한 탓일까. 이삭은 그 이후 급격히 쇠약해졌다. 본디 야곱이 장성한 후로는 장막에 거하는 시간이 많아지긴 했지만, 이제는 야곱보다도 더 장막에만 머물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누운 채로. * “얘야.” 꼬박 하루동안 입을 다물었던 그가 내뱉은 말이었다. 사냥의 빈도를 줄이고 장막에서 시시때때로 아비를 보살피던 에서가 그 소리를 민감하게 잡아냈다. “예, 어서 말씀하세요.” “너도 보다시피 내가 늙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러니 너는 사냥할 때 쓰는 화살 통과 활을 메고 들에 나가 사냥을 해다가 내가 좋아하는 별미를 .. 더보기 소설 야곱 – 1화 발꿈치를 잡은 자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르시되 “두 국민이 네 태중에 있구나. 두 민족이 네 복중에서부터 나누이리라. 이 족속이 저 족속보다 강하겠고, 큰 자가 어린 자를 섬기리라.” 하셨더라 – 창 25:23 소설 야곱 – 1화 발꿈치를 잡은 자 “아버님, 오늘 제가 뭘 잡아왔는지 확인해보세요!” 천막 밖으로 자신감에 가득 찬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렸다는 듯 몸을 일으켜 문을 걷는 이삭의 얼굴에 정면으로 비치는 햇빛. 눈을 찌푸린 이삭이 손으로 빛을 가리며 슬며시 눈을 뜨자, 말 위에서 위풍당당하게 앉아있는 에서가 보인다. 그의 다부진 어깨와 굵직한 팔뚝의 붉은 털까지 햇살에 비치고, 그보다 더 붉은 그의 눈은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오, 나의 아들. 어서오너라.” 이삭이 크게 환영하며 양 팔을 벌리자, 에서가 그.. 더보기 요한복음 2장의 구조가 가지는 상징성 요한복음 2장은 예수님이 가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후 유월절에 맞춰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 성전청결을 행하시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바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가나 혼인잔치 기적→가버나움에서 잠깐 머뭄→예루살렘 성전 청결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구조적 짜임새를 중시하기 위해 공관복음과 사건배치자체도 다르게 한 요한복음이, 단순히 사실나열을 위해 가버나움에서 잠깐 머물렀다는 구절을 집어넣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 도대체 요한복음 2장의 구성이 '가나 혼인잔치 기적→가버나움에서 잠깐 머뭄→예루살렘 성전 청결'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내용적으로 한 번, 구조적으로 한 번 같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내용을 건드려 보자. 2장 초반부 가나의 혼인잔치에 참여하셔서 물.. 더보기 산상수훈-예수의 저항에서 야기된 모순에 대한 단상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무리에게 “누가 네 오른 뺨을 때리면 왼 뺨을 돌려 대며…”(마5:40절)라고 말한다. 그리고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그는 잡혀온 자신을 때리는 자에게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어디 증거를 대 봐라. 그런데 내가 한 말이 옳으면, 왜 나를 때리느냐?”라고 항변(요18:22-23)을 하셨다. (좀 불경스럽게 여기실 진 모르겠지만) 성경에서 흔히 보이는 모순 중 하나이다. 사실 예수께서 산상수훈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는 것들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한 부분들로 가득하다. 아예 맹세를 하지 말라지 않나, 형제 자매에게 ‘바보’라는 욕만 해도 지옥에 던져진다지 않나, 손으로 죄 지었으면 손 자르라지 않나…. 단순히 도덕적으로 완전한 무결점을 원하시는 걸 넘어서서, 구원론까지.. 더보기 소설 유다 4화 - 다시, 유다 (完) “퉷, 빌어먹을 바리새놈들.” 예수를 파는 데 그들이 지불한 돈은 불과 은 30. 유다는 그것이 뭘 상징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예수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예수를 팔겠다고 말한 그에게도 분명한 조롱이었다.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억눌러 욕 짓거리와 침 한 번 뱉는 것으로 대신하였지만, 그것이 꼭 유다의 참을성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가 무죄함이 밝혀지면 안나스 네놈부터 가장 먼저 처리해주지.” 예수 정도 되는 인물들을 산헤드린 공회에서 처리하진 않을 것이다. 사형권이 없는 공회에서 사형을 요구하려면 반드시 총독부로 넘어가게 될 것인데, 바리새와 서기관들의 공분을 산 것만으로 빌라도가 예수를 결코 정죄할 리 없다는 것이 유다의 판단이었다. 예수는 적어도 지금까진 로마 제국에 조금이라도 해악이.. 더보기 소설 유다 3화 – 이스카리옷 유다 유다는 12제자 중에서도 특별히 회계를 담당했다. 세리를 맡았던 만큼 머리회전이 빨라 셈에 능했고, 여행을 계획하는데도 척척 필요 예산을 짜낸 까닭이었다. 손발이 잘 맞는 빌립은 총무를 담당했다. 그런 그들을 당황케 만드는 사건이 있었는데, 바로 벳새다 평야에서 벌어진 전병 다섯과 절인 생선 둘 사건이었다. “유다, 나는 그 분께서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알겠네.” “그거야 자네가 총무니까 그랬겠지.” 유다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러나 빌립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에게 질문을 하시던 그 분의 눈빛은 이미 내 마음 밑바닥을 다 훑고 있었다네. 나는 그들이 몰려오는 순간부터 돈 걱정을 하고 있었어.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내 마음은 상황과 상관없이 항상 불평이 가득했어. 그걸 드러내기 정.. 더보기 소설 유다 2화 - 가룟 유다 예수의 어머니가 참석한 혼인잔치가 가나에서 열렸다. 당연히 예수도 그 자리에 초대를 받았고, 예수는 자신을 따르던 무리들과 함께 그 자리에 참석했다. 시골 잔치 치곤 대단히 호화롭게 치러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예수를 따로 불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서, 포도주가 일찍 동이 났구나. 더 이상 희석할 즙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니?” 예수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로 거절을 하였다. “어머니, 그것이 저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아직 저의 때가 아닙니다.” 마리아는 예수를 설득하는 대신 주변의 하인들에게 무엇이든 그가 시키는대로 하라는 말만 했다. 잠시 팔짱을 끼던 예수는 주변을 잠시 둘러본 후, 돌 항아리 여섯 개를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여기 이 항아리.. 더보기 소설 유다 1화 - 유다 “퉷, 빌어먹을 에세네인들. 어떻게 이런데서 산단 말이야?” 유다는 입 안에서 성가시게 까끌거리는 모래알을 뱉어내며 말했다. 에세네인들이 모여 사는 이 광야의 기후가 익숙잖은 까닭도 있지만, 사실 그가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하시딤의 뒤를 이어 뭐라도 하는 줄 알았더니, 스스로 갇힌 꼴로 살아가서는 뭘 어쩌겠단거야. 바리새나 사두개들은 볼 것도 없었다. 조국 이스라엘의 독립은 손 놓았다는 듯 제국과 결탁한 저들과 달리 순전히 야훼를 기대하며 광야에서 조용히 사는 에세네인들에게 사실 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유다의 기대를 조금도 채워주지 못 했다. 그들은 그저 무리에서 동떨어진 채 자그마한 자기의 신념을 붙들고 사는 나약한 자들이었다. 주변을 바꿀 용기는 하나도 없이 그.. 더보기 사무엘서 묵상 사무엘서는 이름과 달리 주인공이 사무엘이 아니라 다윗과 그의 동료들이다. 사무엘상은 31장, 하(이하 삼하)는 24장인데 사무엘은 고작 사무엘상(이하 삼상) 8장만에 이스라엘 통치를 마치고 늙어서 퇴임하게 된다. 심지어 그가 통치를 시작하는 것은 삼상7장이고, 그나마도 초반부 블레셋을 물리친 후 살아있는 동안 블레셋이 쳐들어오지 못했다는 언급 뒤에 바로 8장으로 넘어가 다 늙었다는 말로 끝난다. 사무엘이 어떤 과정을 거쳤고 그 과정에서 일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어떠한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성경은 이상하리만치 사무엘의 통치와 다스림에 말을 아낀다. 이후 사무엘은 사울을 왕으로 세우며, 다윗에게는 기름을 부은 후 24장에 이르러 죽었다는 언급을 끝으로 성경 무대에서 퇴장을 한다. 그는 사사시대의 끝.. 더보기 자유에 관한 단상 자유에 관한 나의 생각은 제법 보수적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나는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사실상 부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유시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신앙을 더 깊게 회의하면서부터 자유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나갔다. - 우리반 뚱뚱이들이 잘못을 저질러 교무실에 불려오면, 나는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뭐든 할 수 있지만, 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 그리고 그 행동이 불러올 후폭풍을 정확하게 인지시키는 것이 어떤 행동을 제한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전자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여지를 학생에게 넘기는 것이고, 후자는 그런 판단에 대한 맹목적 순종만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전자가 바람직하다. - 기독교신앙을 가지게 되면 선.. 더보기 이전 1 2 3 4 ···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