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에 관한 단상 자유에 관한 나의 생각은 제법 보수적이었다. 엄밀한 의미에서, 나는 자유의 진정한 가치를 사실상 부정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유시민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신앙을 더 깊게 회의하면서부터 자유에 대한 내 인식을 바꿔나갔다. - 우리반 뚱뚱이들이 잘못을 저질러 교무실에 불려오면, 나는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네가 뭐든 할 수 있지만, 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 그리고 그 행동이 불러올 후폭풍을 정확하게 인지시키는 것이 어떤 행동을 제한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리라 믿는다. 전자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 여지를 학생에게 넘기는 것이고, 후자는 그런 판단에 대한 맹목적 순종만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적으로도 전자가 바람직하다. - 기독교신앙을 가지게 되면 선.. 더보기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당시 유행하던 사조인 영지주의자들에게, 위 선언은 참으로 마음을 사로잡는 구절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신성 그 자체이신 예수님은 만물의 시작부터 계셨다고. 십자가에서 육신을 벗고 완전해지신 예수님께 어울리는 설명이지!' 그러나 사실 요한복음엔 '영지주의자들의 언어로 영지주의를 논파'하는 고도의 돌려까기가 담겨있다. 그들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해주어 그들이 잘못 인식하고 있는 점을 꼬집어낸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그들에게 있어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말씀'과 '육신'이 하나가 되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던 영지주의자들은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을 것이다. -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여러 신학자들이 그들만의 프레임으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만 나 역시 거기에 숟가.. 더보기
두번째, 고통의 문제에 관하여 너는 아마 기억을 못 할테지만, 이맘때쯤 너는 굉장히 심한 감기에 걸렸고 아직도 완쾌되진 않았단다. 병원을 다녀온 뒤로는 눕혀놓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라도 생긴 것인지 고래고래 소리지르기까지 하더구나. 너의 고통을 내가 분담할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진심으로, 너의 그 고통을 내가 담당하고 싶단다. 한 시간도 채 못 자고 일어나 엉엉 울며 얼굴을 긁어대는 그 고통이 나의 것이길, 그맘때쯤 하지도 않는 기침을 사래들리기 전까지 켁켁 해대는 그 고통이 나의 것이길 기도하고 바랐단다. 그런데 아들아, 나는 네가 아픈 와중 보이는 행동들을 통해 내 머릿속에서 명제적지식으로만 자리잡았던 하나님의 아버지되심이라거나 그 때문에 주어지는 아들에 대한 시련을 조금 더 실질적으로 이해하게 되더구나. 아마 이건 두번째 .. 더보기